“그 정도 말은 다 듣고 살아.” “예민하게 굴지 마.”
직장에서 듣는 부당한 말들이 마음을 후벼팔 때,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탓합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언어적 모욕과 무시, 인격 폄훼는 결코 참고 넘길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노동법은 명확히 직장 내 괴롭힘과 인격 침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비롯해 민법, 형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다양한 법률은 언어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수단을 제공합니다. 문제는, 대다수의 직장인이 그 권리를 ‘몰라서’ 혹은 ‘실행이 어려워 보여서’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 글은 ‘부당한 말을 들었을 때’ 감정적으로 무너지기 전에 법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실천적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내가 참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참지 않아도 되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부당한 말의 기준과 법적 정의 – 감정이 아닌 사실로 바꾸기
“그냥 농담이었어” “너만 그렇게 받아들인 거잖아”는 직장 내 언어폭력 가해자의 대표적인 반응입니다. 하지만 법은 감정이 아닌 행위의 반복성과 타당성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2019년 7월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에서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가해자가 ‘상사’일 필요는 없습니다. 동료나 후임이라도 권력 구조상 우위를 점했다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둘째, ‘업무상 적정 범위’라는 기준은 매우 중요합니다. 즉, 정당한 업무 지시와 평가가 아닌, 반복적이고 모욕적인 언행은 적정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됩니다.
예컨대 “네가 한 일은 도움이 안 됐어”는 피드백이지만, “넌 왜 그렇게 멍청해?”는 명백한 인격 모욕입니다. 또한 ‘앞에서 사람을 무시하거나, 회의 중 무안을 주는 행위’, ‘개인적인 외모나 사생활에 대한 반복적인 언급’, ‘비속어 또는 반말 사용’ 등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록입니다. 감정은 주장일 뿐이지만, 기록은 증거가 됩니다. 부당한 말을 듣는 순간부터 말의 내용, 시간, 장소, 대화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해 두는 습관은 이후 법적 대응의 핵심 자료가 됩니다.
침묵보다 강력한 무기, 내부 절차 활용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단지 형식적 법률이 아닙니다.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행동은 내부 신고 및 진정 절차를 밟는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회사는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하면 즉시 조사에 착수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내부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처리 지침’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진정서를 제출하거나 익명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건 감정적 진술이 아니라, 사실 중심의 서술입니다. 예: “상사가 회의 중 ‘너 같은 애는 팀에 도움이 안 돼’라는 발언을 반복적으로 했다. 이에 따라 불면증과 우울 증상이 발생했으며, 지난 두 달간 심리 상담을 병행 중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날짜와 증상, 대응 이력을 정리하면 사측에서도 공식적인 조처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내부에 인사·노무·감사 부서가 없다면 노동청을 통한 신고 접수도 가능합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센터’는 온라인과 유선 모두 지원되며, 익명 접수도 가능합니다. 신고 후에는 사업주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며, 결과에 따라 가해자 징계, 피해자 보호 명령, 근무지 변경 등이 가능하다.
단, 이 과정에서 신고로 인한 불이익(보복 인사, 감봉 등)이 발생할 경우, 이는 또 다른 위법행위로 간주합니다. 근로기준법은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보복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긴 사업주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됩니다. 즉, ‘말하지 못하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권리와 루트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형사 대응까지: 증거 수집과 대응 전략
내부 절차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개선되지 않거나, 사내 문화상 대응이 어렵다면 외부 법적 절차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민사소송입니다. 이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위자료 청구’를 하는 방식입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심리적 고통, 언행의 수위, 반복성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합니다. 판례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 3년 이내 반복적인 언어폭력이 입증되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위자료가 인정되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형사 고소입니다. 가해자의 언행이 모욕, 명예훼손, 협박 등 형법상 구성 요건에 해당할 경우 가능합니다. 예컨대 “넌 쓸모없는 인간이야”, “네가 왜 아직 회사에 다니냐?” 등 반복적인 언사가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린 경우, 형법 제311조(모욕죄)가 성립된다. 또한 명예를 실추시키는 발언이 SNS, 단체채팅방 등에 게시된 경우엔 정보통신망법 위반까지 적용됩니다. 이때 핵심은
증거 수집입니다. 대화 녹취, 문자/카카오톡 기록, 이메일 캡처, 주변인 진술서, 병원 진단서(정신적 고통에 따른 상담 내용 포함) 등은 모두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단, 대화 녹음은 본인이 참여한 대화만 합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법적 대응은 단지 복수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기 보호와 회복의 수단입니다. 오랜 기간 참아온 언어폭력과 모욕은 스스로를 약자로 느끼게 만들지만, ‘말할 수 있는 힘’을 회복한 순간부터 사람은 다시 주체가 된다. 법은 단지 복잡한 절차가 아니라, 그 주체성을 되찾는 통로입니다.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 회복의 마무리까지 책임지는 법
부당한 말을 들은 후,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입니다. “내가 참았어야 했나”, “괜히 문제를 키우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신을 갉아먹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은 ‘기분’이 아니라 ‘권리’를 다룹니다. 법적으로 인정된 피해자는, 자신의 고통을 더 이상 부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단지 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넘어, 정신건강과 삶의 질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법적 절차를 밟는 것과 병행해, 정신건강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와 여러 지자체에서는 무료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병행하면 회복 속도가 훨씬 빨라집니다.
또한, 회복 이후에도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자기방어 언어와 문서화 습관을 꾸준히 유지해야 합니다. 모욕적인 언행을 들었을 때, “그 말씀은 듣기 불편합니다”, “이런 표현은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같은 문장으로 단호하게 경계선을 그리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는 상황을 기록하고 감정을 정리하는 자기 회복 루틴과 함께 작동합니다.
결국, 부당한 말을 견뎌야 하는 게 아니라, 그 말에 상처받은 나를 지킬 권리와 시스템이 있다는 것. 직장에서 받은 언어적 폭력과 상처를 ‘법’이라는 무기로 되돌려 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법을 알고, 법을 사용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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