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이 괴로운 이유, 내 삶이 방향을 잃었기 때문이다
아침 6시, 알람 소리에 억지로 눈을 뜹니다. 씻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지하철역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더 깊은 한숨이 나옵니다.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사람, 반복되는 출근길, 멍한 눈빛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얼굴들 사이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이 길 끝에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 있긴 한 걸까?”
수십 년 동안 한 직장을 다니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출근길이 점점 더 괴로워졌습니다. 일이 특별히 더 힘들어진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삶이 고장 난 느낌이었습니다. 어딘가로 향하고는 있지만, 그 방향이 나의 의지나 꿈이 아닌 것 같다는 이질감. 출근길이 괴로운 진짜 이유는 단지 ‘회사에 가기 싫어서’가 아닙니다. 삶의 방향을 잃은 상태에서, 나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런 나 자신과의 대면이자, 다시 삶의 방향을 되찾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기록입니다.
출근길의 무거움은 ‘의미의 상실’에서 시작되었다
출근길이 유독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날씨 때문도 아니고, 전날 야근을 해서 피곤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오늘 하루가 어제와 똑같을 것’이라는 확신이 주는 무기력함 때문이었습니다.
회사에 도착하면 누군가의 표정을 살피고, 정해진 회의를 준비하고, 반복되는 업무를 기계처럼 처리합니다. 그 안에는 더 이상 ‘배움’도, ‘성취’도, ‘설렘’도 없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입니다. 반복은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복 안에 ‘의미’가 사라졌을 때, 인간은 버틸 수 없습니다. 과거의 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버텼습니다. 고객의 만족, 팀의 성과,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보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모든 것이 ‘익숙함’이라는 껍질 속에 감춰지면서, 나는 자신도 모르게 소진되었습니다.
아무리 성과를 내도 그게 내 인생의 방향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이런 질문을 품은 채 반복되는 출근을 하다 보면, 아침 출근길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방향을 잃은 삶을 마주하는 고통의 시간’이 되어버립니다.
방향을 잃은 삶, 언제부터 나의 의지를 잃어버렸는가?
삶의 방향은 단번에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주 서서히, 조용히, 어느 틈엔가 잃어버립니다. 처음에는 회사가 시키는 일에 순응하면서도 ‘이건 잠깐일 거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그 위로가 몇 년, 몇십 년이 되면서 나는 점점 ‘시스템 속에 맞춰진 사람’이 되었습니다. 지시받은 일에만 반응하고, 개인의 목표보다 조직의 평가에 집중하며, 어느새 내 삶의 나침반은 사라졌습니다.
언제부턴가 나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자신에게 물어보는 일조차 잊었습니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 실적을 올리는 것, 연말에 보너스를 받는 것 외에 내 삶에는 어떤 목표가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가족의 생계와 조직 내 입지, 주변의 시선에 휘둘리며 ‘살아남는 법’은 배웠지만, ‘살아가는 법’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직장인은 ‘시간을 파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단지 시간을 판 것이 아니라 ‘방향’을 팔아버렸다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출근길이 더욱 견디게 힘들어졌습니다. 단지 회사가 싫은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배신하고 있다는 감각이 그 길 위에 스며 있었기 때문입니다.
출근길이 아닌, 인생길을 다시 설계하기 위한 첫걸음
방향을 잃은 삶을 회복하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멈추는 것’ 이었다.
출근길을 잠시 멈추고, 하루라도 쉬면서 내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들이 밀물처럼 밀려왔습니다. 억울함, 공허함, 분노, 외로움. 그 감정들을 억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적어보았습니다. 글을 쓰는 행위는 내가 내 삶을 다시 해석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나의 ‘진짜 관심사’를 다시 탐색하게 시작했습니다. 나는 어떤 활동을 할 때 즐거운가? 내가 아무런 보상을 받지 않아도 몰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며 내가 좋아했던 것들, 책 읽기, 글쓰기, 누군가에게 내 경험을 나누는 일을 되살려 보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나의 기술과 경험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해 보았습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조직 생활의 노하우, 커뮤니케이션 능력, 갈등관리 능력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이 아닌, ‘경험을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이제 나는 출근길을 벗어나, 내 인생의 방향을 다시 설계하는 중입니다. 단지 퇴사만이 답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방향입니다. 내 삶의 중심을 다시 ‘나 자신’에게 두는 것. 그 첫걸음은 ‘지금이 삶에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삶의 방향을 되찾는다는 것 – 더딘 걸음이지만 분명한 변화
삶의 방향을 되찾는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단번에 인생이 바뀌는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멈추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는 일상을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 내 안의 ‘진짜 목소리’가 들리게 시작했습니다. 나는 더 이상 ‘일이 나의 정체성’이 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습니다.
업무 외에도 내 삶을 채워줄 수 있는 루틴을 만들고, 글을 쓰고, 누군가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며 감정을 회복해 가고 있습니다.
또한 ‘내 경험을 나누는 활동’을 조금씩 시도해 보며, 제2의 커리어에 대한 가능성도 찾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화는 내가 더 이상 나 자신을 미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항상 회사, 가족, 조직, 타인의 기대를 먼저 생각하고, 나는 항상 ‘나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괜찮아야 주변도 건강하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출근길이 더 이상 괴롭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회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 출근길도 인생길의 한 조각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나를 위한 삶의 방향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출근길이 괴로운 진짜 이유는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내가 나의 방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 다니며 감정노동과 반복되는 일상에 내 의지와 열정, 삶의 의미를 놓쳐버렸던 시간.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삶의 방향을 다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느냐입니다.
지금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출근길이 괴롭다면, 그 괴로움 뒤에 숨어 있는 ‘삶의 신호’를 외면하지 않길 바랍니다.
질문을 던지는 순간, 방향은 다시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