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나를 갈아 넣지 않고 일하는 법, 정서 체력 유지 전략
“성실하면 언젠가 알아주겠지.”
많은 직장인이 그렇게 믿으며, 자신의 에너지를 끝까지 짜내 일합니다. 하지만 일정한 성과를 내고도 ‘왜 이렇게 피곤하지?’라는 자문이 떠오른다면, 그건 단지 업무의 양 때문이 아닙니다. 정서적인 체력이 빠져나가는 방식에 주목해야 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회의, 감정노동, 조율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우리는 ‘일’보다 ‘사람 사이의 긴장’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습니다. 특히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몫 이상을 떠안고 스스로를 갈아 넣는 루틴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 글은 그런 사람들에게 전하는 “지속 가능하게 일하는 법”입니다. 단지 일을 덜 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서 체력의 ‘누수’를 줄이고, 일상에 복원력을 심는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스스로를 해치지 않고 오래가는 일의 방식, 지금부터 함께 설계해 보겠습니다.
일하는 방식 이전에, 정서의 ‘구조’를 설계하라
우리는 흔히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도구를 바꾸고,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설계해야 할 것은 ‘감정이 어떻게 소모되는가?’라는 구조적인 인식입니다. 일과를 돌아보면, 실질적인 업무보다 그 일을 하기 전후의 감정적 동선이 훨씬 피로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회의 전에 준비한 말이 잘 통할지 걱정하고, 보고서를 보내고 나서 상대의 반응을 상상하며 자책하는 시간. 이 모든 것이 정서 체력을 소모하는 비가시적 노동입니다. 이런 구조를 재설계하려면 세 가지 관점을 점검해야 합니다. 첫째, 긴장하는 순간을 기록하세요. 어떤 상황에서 유독 말을 아끼게 되는가? 언제 마음이 무거워지는가? 둘째, 그 순간을 피할 수 있는가보다, 덜 소모되게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회의 전 십분, 자신에게 “나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필요 없다”고 말해보는 ‘인지 프레이밍’ 훈련이 정서 에너지의 낭비를 막습니다. 셋째, 정서 회복 루틴을 일상에 포함하는 것입니다. 한숨 돌릴 여유 없이 돌아가는 업무 속에서도, 매일 퇴근 후 십오분 산책이나 눈을 감고 조용히 듣는 음악 한 곡이 감정의 누적을 초기화하는 복원 지점이 됩니다. 정서 체력은 태생이 아니라, 구성입니다. 구조를 설계해야 전략이 보입니다.
업무 몰입도와 감정 피로도는 반비례한다
많은 직장인은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탈진이 온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몰입이 높은 순간은 오히려 회복을 동반합니다. 문제는 ‘몰입하지 못하는 일’에 감정만 쏟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상사의 눈치를 보며 형식적으로 작성한 보고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반복되는 업무 지시, 협업보다 감정 조율에 에너지를 쓰는 회의. 이런 상황은 성과와 무관하게 정서 에너지를 깎아 먹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건, 몰입의 순간을 늘리는 선택입니다. 모든 일을 몰입해서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루 중 한 가지 업무라도, 자기 주도성과 연결된 태스크를 설정하세요. 예를 들어 “이 기획안은 내가 주도해서 수정해 보자”, “이 고객 응대만큼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정리해 보자”는 식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통제감입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조절할 수 있다는 인식은 정서 체력의 중요한 회복 자원이 됩니다. 또한, 몰입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오분간의 방해 없는 집중 구간, 주기적인 퇴근 전 ‘정리 루틴’, 일의 목적과 맥락을 다시 점검하는 시간. 이 모든 요소가 감정의 방전 대신 ‘재충전형 몰입’을 유도합니다.
몰입이 없는 업무는 피로로 끝나지만, 몰입이 있는 일상은 체력을 회복시킵니다.
감정 조율에 에너지 낭비하지 않는 말의 기술
일을 하며 정서 체력이 소모되는 가장 큰 원인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정확히는,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볼까’를 신경 쓰는 시간이 에너지를 빨아들입니다. 특히 감정 표현을 솔직하게 하지 못하고, 무조건 친절하게 대응하거나, 싫은 소리를 못 하는 성향의 사람일수록 말 한마디에 정서가 출렁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건 ‘말하기’ 기술이 아니라 ‘소모하지 않는 말하기’ 기술입니다.
첫째, 자기 의견을 말하기 전에 감정을 정리하세요. “이 말은 혹시 상처를 줄까?”,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이런 생각보다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느끼는가?”라는 질문이 먼저입니다. 둘째, 불쾌함을 느끼는 상황에서 ‘거절’보다 ‘경계선 설정’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그 업무는 제 업무 범위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 조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런 표현은 거절도 아니고 수용도 아닌, 중립적인 경계선의 말입니다. 셋째, 감정을 논리로 포장하려 하지 말고, 감정 그 자체로 공유합니다. 예를 들어 “그 말씀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이는 비난이 아니라 정보 전달입니다. 상대가 바뀌지 않더라도, 내가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은 바꿀 수 있습니다.
그 언어의 틀을 바꾸면 감정의 소모 구조도 달라집니다.
‘쉬는 시간’보다 ‘복원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종종 퇴근 후 시간을 휴식이라 착각하지만, 진짜 회복은 정서적 복원이 일어나는 시간입니다. 단순히 쉬는 것과 감정이 회복되는 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보며 두 시간을 보냈지만, 그것은 ‘멍한 시간’이지 ‘회복 시간’이 아닙니다. 정서 체력의 회복은 의도적인 공간과 리듬 안에서만 일어납니다. 복원 루틴을 설계할 때는 세 가지를 기억하세요.
첫째, 물리적 공간의 분리입니다.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을 명확히 나누고, 가능하다면 퇴근 후 최소 삼십 분은 일을 떠올리지 않는 ‘심리적 마감 타임’을 확보하세요. 둘째, 감각을 바꾸는 자극을 활용하세요. 향초, 라디오, 빛, 식물 등은 감정을 진정시키고 내면에 호흡을 가져다주는 복원 자원이 됩니다. 셋째, 일상에 감정적 포인트를 심으세요. 퇴근 후 산책길에 듣는 음악, 일요일 밤에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 금요일 밤마다 쓰는 감정 일기. 이런 일들은 쌓이면 ‘회복의 루틴과’가 됩니다.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지만, 회복은 반복입니다. 정서 체력은 하루의 끝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일과 일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말과 말 사이에 쉼의 리듬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입니다.